좋은글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건...

아르비스 2011. 9. 29. 08:30
"안녕! 넌 누구니?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난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너무 슬퍼..."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아! 미안해."

그러나 어린 왕자는 잠깐 생각해보고는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넌 아직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너에게도 난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네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떤 꽃 한송이가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내 생활은 너무 단조롭단다.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닭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빛으로 가득 찰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음악 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그런데 너는 밀과 같은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일단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은 너를

생각나게 하겠지. 난 밀밭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하고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찾아내야 해,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멀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거든.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왔다.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 같아. 이를 테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어린 왕자는 그렇게 여우를 길들였다. 그러나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아아! 난 울 것만 같아." 여우가 말했다.

"이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내가 널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넌 울려고 하잖아! 그럼 넌 얻은 게 없잖아?"

"얻은 게 있어. 밀밭의 색깔 말야." 

여우가 덧붙여 말했다.

"다시 가서 장미꽃들을 봐. 너는 네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작별 인사를 할 때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그는 장미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장미꽃들은 몹시 당황했다.

"어느 누구도 너희들을 위해 죽지 않을 거야. 물론 내 꽃도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비슷하게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가 내게는 너희 모두보다도 더 소중해. 왜냐하면 내가 직접 물을 주고, 

바람막이를 세워주고, 벌레를 잡아 주었기 때문이야. 투덜대거나 뽐낼 때, 심지어 아무 말 없을 때도 

늘 귀를 기울인 건 그녀가 바로 내 장미꽃이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는 다시 여우의 곁으로 돌아왔다.

"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아주 간단해.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볼 수 있고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 두기 위해 되뇌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꽃을 위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

"내가 장미꽃을 위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 두기 위해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선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 두기 위해 되뇌었다.

 

                                                            - 생떽쥐베리, ''어린 왕자''에서



"아까 말해주겠다던 비밀을 알려줄게. 간단한 거야.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너의 장미꽃이 너에게 그렇게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너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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